2019-03-26 15:09:20 (2019-03-26 15:10:54)

새벽에 서버 장애가 있어서 어찌어찌 수습하고 다른 개발 좀 하려니까 OS에 중요 업데이트가 있다기에 실행해뒀더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점심은 이미 먹었고 커피는 별로 내키지 않고 업무 시간에 다들 일하는데 놀고 있기 뭐 해서 한숨 자고 오는데 잠결에 건물까지 조용해서인지 예전에 꿨던 꿈이 생각나더라.

 

예전에는 가위도 참 많이 눌리고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 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꿈도 많이 꿨었는데 이제는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해서인가 꿈을 꾸었다는 기억만 어렴풋하게 있고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는다. 가끔 주말에 엄청 재미있는 꿈을 꾸면서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깨어나도 중간부터 덜 의욕적이고 시들시들한 평소 자아가 살아나는지 자연스레 흐려져서 깨고 나면 다 잊어버린다.

 

사실 이제는 예전에 꿨던 꿈도 거진 다 잊어버렸다. 가끔 일기에 꿈 이야기 적혀있는 걸 볼 때면 새삼 그땐 그랬었구나 싶을 정도다. 내가 일기로 적어둔 꿈의 절반 정도는 일어나면서 엄청 울었던 경우인데 이게 뭐라고 그렇게 철철 울었나 싶을 때도 있다. 그 당시에는 스스로를 무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지금에 비하면 훨씬 감수성이 풍부했다 싶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무서웠던 꿈이다. 전부 다 적은 건 아니고 칠할 정도 적었지 싶다. 나 자신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내용 중에 충격적이었던 건 두려움을 흩트리기 위해 거진 다 써놨었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으나 구체적으로 적자니 꺼림칙했던 일기를 돌려 적기도 했다. 적어둔 건 이 정도다.

 

오늘 떠오른 꿈은 지금까지 일기에 적은 적 없는 나머지 삼할이다. 일기로 적어뒀으면 마음 편히 잊었을 텐데 되려 안 적어놔서 계속 기억에 남나 싶을 정도로 또렷하게 기억난다. 내 주변 누군가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경우였다. 꿈에서 나는 이변을 느끼고 제발 여기서 같이 나가자고 사정하는데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펑펑 울면서 일어난다던가, 대개 이런 경우였다.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참, 사는 게 다 뭔가 싶다. 살아간다는 건 이별의 연속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어린 시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이별은 전학 가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거나 졸업하고 서먹해져서 남남이 되는 경우가 전부였고, 아예 삶의 갈림길에 서는 건 나보다 한참 어른인 사람들에게나 있는 말이며 그마저도 와닿지 않았었는데 그러는 건 꼭 나이와 상관있는 것도 아니었고 나이와 상관없는 것도 아니더라.

 

나는 누구든지 나와 연락은 닿지 않지만 막연히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한다. 내가 그 사람 소식을 모르는 건 내가 그 사람 인생에서 꾸준히 연락할 정도의 가치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길 바란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떠올랐을 때 내가 흔쾌히 연락을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미 나에게 연락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어 있지 않기를 빈다. 만일 할 수 없이 떠나야 한다면 내가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죽도록 슬플지라도 큰 고생 없이 편안하게 갔으리라 믿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가끔, 나는 왜 존재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나 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 자고로 일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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