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째 새벽마다 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짜 열심히 개발해야 하는 때라 좀 타이트하게 조절해서 살고 있다. 우선 이른 아침에 잠들면 길어도 여섯 시간만 잠들었다 저절로 일어날 수 있어서 그렇게 자고 두 끼 정도 챙겨먹고 씻고 청소하고 식재료 떨어지면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도착하면 정리하고 가끔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정도에만 시간을 쓰고 나머지 전부를 개발에 쓴다. 한 열여섯시간 정도 개발에 쓰고 있는 걸까. 내 스스로도 신기할 정도로 개발 자체는 질리지 않는데 어깨도 굳고 궁디도 아파서 진짜 오래 개발했구나 싶긴 하다. 얼른 끝내고 마사지 받으러 가야지.

 

한때는 어찌저찌 일도 구할 수 있겠다 가능하면 집에서 개발하며 살고 싶다고도 생각했었는데, 또 그렇게 살아보니까 바깥이 그립더라. 나는 뭐든 내 일을 빨리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 출퇴근에 쓰는 시간이나 근무 중에 시달리는 회의 등 커뮤니케이션에 시간 투자를 하지 않고 오로지 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고 막차 걱정 없이 지쳐 잠들기 직전까지 일할 수 있는 점은 참 좋은데 이러다 밖에 한 번 나가면 바깥 공기가 얼마나 상쾌한지 왜 이걸 모르고 살았나 싶고 또 그 사이 바뀐 기온차를 느끼며 밖은 이리도 달라지는데 난 왜 안온한 집에서 계속 뒹굴거리나 싶다. 진짜 재택을 하면 어디라도 가고 싶을 때 갈 곳이 없겠지. 그러니 차라리 출근을 하자.

 

출근하는 쪽이 하루를 효율적으로 쓰기에도 좋은 편이다. 내가 몇시간을 깨어있는지를 떠나 사회 자체가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는데 그 사이클과 어긋나게 살면 다른 사람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시간에 일어나는 일은 못 누리게 되니까. 또 퇴근이라는 행동으로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의 경계가 생기는 것도 좋다. 이번에 이직해서 칼퇴할 수 있게 되면서 내가 새삼 사적인 프로젝트를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회사 일을 집에서 하지 않으려고 하니 집에서 하는게 없더라. 그걸 깨달은 덕에 사이트 리뉴얼도 했지. 또 할 거지. 워드프레스 할 거지.

 

또 새벽까지 회사 일 하고 싶으면 가끔 자괴감이 든다. 내가 왜 이 시간까지 일하고 있나 싶은 건 아니라 애매한데, 아마 왜 나는 일이 많아서 남들 출근하기 위해 잠드는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고 이러고 있나 싶은 마음이 아닐까 한다. 매일 출근하고 있으면 정말 너무 싫은데 또 일이 많아서 집에서 꾸역꾸역 하고 있으면 늦게 출근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자고싶어진다. 나도 일 좀 다녔다고 벌써 출퇴근 사이클이 기본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나봐. 몸은 매번 오전 9시에 자고 오후 2시에 깨고 싶어하는데 말야. 하, 해 뜨지 않은 시간이 사회의 메인 시간이면 좋겠다. 서늘하고 안온하고 좋은데 다들 해를 너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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